[칼럼] “이번 생애엔 글렀다”

넥스트시선 / 김인환 기자 / 2020-01-31 17: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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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뉴스=김인환 기자] “자고나니 천만원이 올랐어요” “한 달 만에 1억 올랐어요” “1년에 4억씩 올랐어요”

어제 JTBC의 한 프로그램이 기획한 ‘마용성과 젊은 그들’ 편에 등장한 말이다.

‘마용성’은 마포·용산·성동구를 지칭하는 말로, 최근 이곳 아파트 시세는 그야말로 ‘미쳤다’고 밖에 표현이 안 된다는 부동산 전문가의 의견도 함께 전파를 탔다.

특히 20~30대 소수의 젊은이들이 아파트 광풍을 주도하고 있다는 소식은 대다수 젊은이들에게 박탈감과 허탈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그들 중 절반 이상은 십수억원의 아파트를 대출도 없이 구매해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해당 방송은 결국 그들 대부분이 ‘금수저’라는 것을 증명했다. ‘역시나’였다.

방송을 보는 내내 기자는 소름이 돋았다. 서울의 아파트는 누구에게는 정말로 ‘쉽고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지만 대다수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신기루’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그들 모두를 색안경을 끼고 볼 생각은 없다. 그들 중 일부는 고액연봉자이거나 자수성가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젊은이들을 ‘자포자기’ 단계에 이르게 하는 또 다른 소식이 있다. 최근 통계청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자료다.

통계청 자료는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평균소득에 관한 것이고 한국감정원 자료는 PIR, 즉 소득대비 아파트 가격 비율에 관한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월 평균소득은 297만원, 중위소득은 월 22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소득은 비과세 소득을 제외한 소득이며 중위소득은 임금근로자를 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근로자의 소득이다.

또 자료에 따르면 월 소득 350만원 이상 근로자는 상위 30%에, 500만원 이상 근로자는 상위 10%에 들어간다. 1인당 GDP 3만불인 우리나라가 얼마만큼 부의 재분배, 소득 불균형이 심각한 지를 잘 보여준다.

이번엔 PIR 수치를 보자.

2018년 서울 기준 PIR은 10.9로 조사됐다. 즉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거의 11년을 꼬박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글로벌 평균 5~6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하지만 이마저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서울의 집값이 어떤가. 2018년 기준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2,500만원에 육박한다. 웬만한 소형 아파트도 6억원을 웃돈다는 얘기다.

그나마도 서민들은 집값의 절반을 대출 받아도 월 상환금을 감당할 수 없어 집 장만을 포기하는 게 현실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보다 현실적인 수치를 내놓았다. 평균 수입의 직장인이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았을 때 강남의 25평 짜리 아파트를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은 46년, 비강남권은 21년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일반 직장인이 집을 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무슨 일이 있어도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정부는 2년 반 동안 18회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 놓았다. 하지만 그만큼의 부작용도 양산하며 현재 집값은 결국 ‘우상향’ 했다.

요즘 청년들은 ‘내 집 마련’에 대해 “이번 생애엔 글렀다”는 말로 대신한다. 또 “차라리 다 포기하고 인생을 즐기며 살자”고도 한다. 그야말로 서울 아파트 소유가 최고의 ‘스펙’이 돼버린 세상이다.

젊은 층의 생각이 이러하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끝난 것과 다름없다. 결혼과 출산은 ‘안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집값 안정에 정권의 사활을 걸어주길 바란다. 그리고 꼭 성공하길 바란다.

그래서 기성세대들이 ‘그저 몇 년 열심히 일하면 내 집 한 칸 마련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런 평범한 세상을 젊은이들에게 열어주길 바란다.

 

김인환 기자 director@next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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