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규직전환 여론 악화…비정규직 제도 해법은?

사회 / 김승직 기자 / 2020-06-30 16: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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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갈등, 노·노 갈등으로 번지기까지
사측 버티기…정규직전환 이후도 문제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논란으로 여론 악화
▲ <사진=연합뉴스>

 

[넥스트뉴스=김승직 기자]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시행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돼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반면 양극화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7만40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논란이 계속돼 정규직전환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 26일 리얼미터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공기관 정규직전환’ 설문조사에서 ‘보류해야 한다’는 응답이 45%로 가장 높았다.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40.2%,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4.8%였다.

 

▲ 리얼미터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관련 설문 조사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2017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가이드라인은 공공기관이 직접고용·자회사편입 등의 방식으로 비정규직 근로자(기간제·파견·용역)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또 고용노동부는 같은 해 공공기관의 고용실태를 조사해 비정규직 노동자 17만5000명을 잠정집계했다.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결정자가 19만3000명으로 늘어났고 정부는 지난해 말 이들 중 90%를 정규직 전환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사측의 버티기로 정규직 전환자가 비정규직으로 남아있거나 비정규직 노조와 정규직 노조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요즘도 서울 보라매병원 앞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노사합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앞서 서울대병원이 지난해 9월 비정규직 노동자 614명을 정규직 전환 했지만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지난 2월엔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조가 정규직 전환 협의를 요구하면서 사장실을 점거해 가스공사 노조가 이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회사 편입을 거부하면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2018년부터 직접고용을 요구했던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직원들은 오랜 투쟁 끝에 지난달 본사에 직접 고용됐다. 


다만 사측은 톨게이트 업무를 신설한 자회사에 맡기고 기존 톨케이트 노동자엔 고속도로 청소업무를 맡겼다. 이에 자회사와 기존 톨게이트 노동자 모두 각자의 업무가 익숙하지 않아 현장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다.

톨게이트 노조 한 관계자는 “남자들이 하던 일을 50대 여성 노동자하고 있다”며 “회사는 회사대로 비용이 들고 자회사는 자회사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고통받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지난 25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인천공항공사 노조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직원 2143명을 직접고용하고 3개 전문 자회사를 만들어 7642명을 정규직으로 편입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공항 비정규직 직원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내용이 공개되면서 여객보안검색직원 1900여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보안검색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스튜어디스를 성희롱하거나 정규직 직원, 취업준비생 등의 노력을 조롱하는 대화를 나눈 것이다.

이에 지난 23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지난 2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논란은 ‘가짜뉴스’로 빚어진 오해”라고 해명했다.

자신을 보안검색직원이라 자처한 인물이 SNS에서 “공채절차 없이 5000만원대 연봉을 받게 됐다”고 주장한 것을 일부 언론이 사실확인 없이 보도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지난 28일 청와대는 “현재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의 절박함을 마주했다”며 “모든 세대의 아픔에 공감하는 정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논란은 가짜뉴스에서 촉발된 면이 있다”며 “논란이 소모적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문제의 본질을 봐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 논란은 여야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가짜뉴스를 해명하며 정규직 전환되는 보안검색직원의 연봉이 3800만원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전날 SNS에서 “정규직 전환되는 보안검색직원의 복리후생비를 합치면 이들의 연봉은 4300만원”이라며 “하지만 청와대는 이들의 연봉이 3800만원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문제의 본질은 연봉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반대가 아니라 과정의 공정성”이라고 강조했다.
 

▲ 고용노동부 전경 <사진=정부24>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이 정책이 양극화 해소를 위한 필수과제라는 것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박병일 한국외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2일 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한 바 있다”며 “이날 이후 입사한 보안검색직원 800여명은 공개채용 절차를 거친 뒤 정규직 전환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직접 고용된 보안검색직원이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받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며 “이를 오해한 취준생 사이에서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또 “비정규직 제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정책”이라며 “비정규직이 제도화된 계기와 그 내용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은 김영삼 정부가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기 위해 내놨던 정책”이라며 “이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비정규직이 크게 늘었고 대기업·금융기관 등은 이를 노동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기준 대한민국 노동인구의 40%가량이 비정규직 노동자”라며 “이들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로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특징으로 ▲ 낮은 임금 ▲ 혹독한 근무조건 ▲ 과도한 업무 ▲ 차별적인 시선 ▲ 불안정한 신분 등을 들었다.

박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는 2007년부터 노동위원회법 등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시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법안은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기업이 비정규직을 2년 이내에 해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유럽 등 해외에서도 비정규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정규직과 급여·근무시간 등에서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스웨덴 등에서도 비정규직 차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호주에선 비정규직에 휴가 등이 제공되지 않아 오히려 정규직보다 25%가량의 임금을 더 받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고용 유연성은 OECD 회원국 중 최상위”라며 “하지만 지난해 기준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정규직 대비 69.7% 수준”라고 언급했다.

이어 “여느 선진국처럼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며 “비정규직 문제는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국정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경제혁신특별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정부의 기본정책 방향이 ‘비정규직 제로’가 아니라 ‘비정규직 차별제로’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전 세계 어디에도 비정규직 제로를 목표로 하는 나라는 없다”며 “비정규직 제로를 내세우는 것은 비정규직이 없어져야 할 열악한 존재라고 못 박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또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며 “이 정책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근로 연한을 2년으로 못 박는 관행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에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을 주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며 “서로 다른 일자리일 뿐이지 어느 한쪽이 우월한 일자리라는 인식이 사라지도록 노동시장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직 기자 reporter@nex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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