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 칼럼> 언어의 품격 장관의 인격

넥스트시선 / 김병윤 대기자 / 2020-07-01 09: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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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잘라 먹었다.” “지휘랍시고.” 일반인에게는 낯선 단어다. 보통사람들의 생활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의 얘기 같다. 맞다. 힘 있는 사람이 내뱉은 소리다. 이거는 말로 느끼고 싶지 않다. 단지 소리로 흘려보내고 싶다.

말과 소리는 엄격히 구분된다. 그런데 기분이 안 좋다. 왠지 어감에 말한 사람의 인격이 나오는 것 같다. 품격이 없게 들린다. 그 말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법무부 장관이다. 대한민국 장관 중에도 힘을 쓰는 자리다. 그 장관이 누구인가. 추미애 장관이다. 여성 장관이다. 모성애로 똘똘 뭉쳐 국민에게 편안함을 주길 바랐던 각료다.

기대는 무너졌다. 왜. 추 장관은 취임 이후 수많은 설화를 양산하고 있다. 그런 추 장관이 지난달 25일 국민이 아연실색할 언사를 퍼부었다. 책상을 두드리며 열변을 토해냈다. 그 내용이 무얼까. 이렇게 말했다. “잘라 먹었다” “지휘랍시고”라고. 그것도 더불어민주당 초선 국회의원들 앞에서. 후배들에게 당당한 모습으로 큰소리를 쳤다. 누구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인격 모독 발언을 했다. 장관의 발언이 맞나 하고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관계는 논하고 싶지 않다.

다만 장관의 언사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낸다. 이 순간 생각나는 정치인이 있다. 고(故) 김영삼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이 추 장관의 소리를 들었다면 뭐라 했을까. 금방 떠오른다. “우째 이런 일이” 김 전 대통령 특유의 억양과 함께 국민의 유행어였다.

김 전 대통령도 실언을 했었다.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도 했다. 일본을 향한 직설적 표현으로 구설수에 올랐었다.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가르쳐 주겠다”고 해 외교가에 파문을 일으켰었다. 그래도 국민의 원성을 사지는 않았었다. 그 말 속에 독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이 일본에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준 시원함이 있었다. 일종의 카타르시스였다. 말 한마디는 코브라의 맹독보다도 강한 힘을 갖고 있다.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한다. 그래서 부처님은 설법했다. 구업(口業)을 짓지 말라고.

정치인은 알아야 한다. 국민은 당신들을 불신하고 있다는 것을. 정치인의 삶은 어떤가. 내뱉은 말을 손바닥 뒤엎듯 하고 있다. 어제와 오늘, 내일 하는 말이 자신의 입장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그리고는 국민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가증스러울 뿐이다. 정치판에서 선비정신을 가진 선량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국민은 알고 있다. 정치인의 언어에서 품격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입에 담을 수 없는 비속어가 판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꼭 욕을 해야만 비속어가 아니다. 말을 하는 자세와 그 속뜻이 말의 품격을 나타내준다. 그 사람의 인격을 보여준다. 그래서 국민은 정치인을 불신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부류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한다는 위대한 정치인들이다.

국민은 듣고 싶어 한다. 차질고 정감 있는 욕을. 허름한 식당에서 손님에게 술 그만 마시라고 쌍욕을 해대는 주인 할머니의 정을 느끼고 싶어 한다. 주인 할머니의 욕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욕을 안 하면 할머니 어디 편찮으시냐고 걱정을 한다. 그 욕쟁이 할머니의 욕에는 품격이 있다. 모든 손님을 자식처럼 생각하는 부모의 정이 흘러넘친다. 우리의 할머니들은 교육도 못 받으셨다. 권력이 무언지도 모르신다. 사법고시가 무언지도 모르고 사셨다. 더욱이 장관과 검찰총장의 권력 싸움이 무언지는 더 모른다. 그래도 아는 게 있다. 배운 사람들이 말을 할 때는 가려서 해야 한다는 것을.

정치인은 명심해야 한다.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흙탕 같은 권력 싸움을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해야 한다. 왜 그래야 할까. 꼭 알려줘야 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없을 거다. 모두가 똑똑하다 자부하고 눈치 빠르니까. 사실 똑똑한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노파심에 적어본다.

“당신의 말에 인격(人格)이 무너지는 거는 관심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이 무너질까 두렵습니다.”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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