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 칼럼] 수원 삼성·FC 서울 일어나라!

넥스트시선 / 김병윤 대기자 / 2020-08-04 09:54:20
  • 카카오톡 보내기

한국프로축구 K리그가 마침내 유관중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로 출입문을 굳게 닫았던 운동장에 활기가 돋고 있다. 팬들은 앞다퉈 그라운드로 몰려들고 있다.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녹색 그라운드의 시원함을 느끼기 위해. 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투지 넘치는 선수들의 격렬한 몸싸움을 즐기고 있다.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를 그라운드에서 훌훌 털어내고 있다.

구단들도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있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팬들의 안전에 힘을 쏟고 있다. 전체 관중의 10%로 입장객이 제한 됐지만 이마저도 줄여가며 팬들의 건강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관중 입장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적자 폭만 커질 뿐이다. 전체 입장객의 30%가 돼야 간신히 경비를 맞추게 된다. 현재 상태에서는 인건비와 운영비 상승이 늘어날 뿐이다. 그래도 각 구단은 축구발전을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구단들의 이런 노력에 비해 2020 K리그에 아쉬움이 있다.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부진이다. 두 팀의 현재 순위는 강등권에 가까운 10위, 11위다. 최하위에 있는 인천을 빼면 두 팀이 꼴찌 싸움을 하고 있다. 자칫하면 2부 리그로 떨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 전 수원 삼성 이임생 감독(왼쪽), 전 서울 FC 최용수 감독 <사진=연합뉴스>

수원의 이임생 감독과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나란히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두 팀 모두 감독 없이 대행체재로 운영되고 있다. 팬들과 축구 관계자들은 이런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상상도 못 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 삼성과 FC 서울이 어떤 팀인가. K리그를 호령했던 최고의 강팀이 아니었던가. 세계 10대 라이벌 매치로 해외 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명문 팀이 아닌가. 이랬던 두 팀의 영광이 빛을 잃고 있다. 두 팀의 몰락은 올해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다.

수원 삼성은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가면서 위축되기 시작했다. 예산이 급격히 줄었다. 선수 수급이 없다 할 정도로 팀 사정이 나빠졌다. 전임 서정원 감독 시절부터 선수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새로운 선수 영입보다는 있는 선수 지키기에도 힘이 부쳤다.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의 기쁨을 누려야 할 자리에서 주장 염기훈 선수가 좋은 선수를 보강해 달라는 읍소를 해야 했다. 구단의 무관심에 서 감독은 지휘봉을 놓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아쉬움을 가슴에 안고.

후임 이임생 감독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유일한 국가대표 홍철을 비롯해 신세계 등 주전급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전쟁터에 나갈 병사가 없는 장수의 고통이었다. 결국 이임생 감독은 중도사퇴라는 불명예를 안고 그라운드를 뒤로 했다. 한국축구는 수원 구단의 무성의로 또 한 명의 젊고 유능한 지도자를 잃게 됐다.

FC 서울의 사정도 수원과 다를 바 없다. 서울은 이미 2부 리그 강등의 위험을 한번 맛보았다. 2018년 K리그1 성적이 11위였다. 부산과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이겨 간신히 1부 리그에 잔류했다. 그때 응급처치사로 등장한 감독이 최용수다. 서울은 절치부심 끝에 2019년 K리그 3위에 올라 ACL에 진출하며 재기에 성공하는 듯했다. 팬들도 기대에 부풀었다. 이런 기대감은 2020년에 들어 물거품이 됐다.

수원과 마찬가지로 투자에 인색함을 보였다.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잡아주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도 손발이 안 맞았다. 서울 출신으로 친정팀에서 레전드가 되고 싶었던 선수 영입에 실패했다.

EPL에서 뛰다 국내복귀를 원했던 기성용은 서울과 계약조건을 놓고 실랑이를 하다 스페인으로 떠났다. 기성용은 어렵사리 지난 7월 11년 만에 친정팀 서울로 복귀했다. 팀 분위가 처질 대로 처진 상황에서 뒤늦게 기성용의 영입을 확정했다. 기성용은 아직 자가격리 중이라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서울은 기성용 복귀에 앞서 또 다른 서울 출신 선수들 영입에 손을 놓고 있었다. 기성용과 함께 서울의 전성기를 이끈 이청용 영입에 실패했다. 이청용은 친정팀 서울을 멀리한 채 울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 팬들은 기성용·이청용 쌍용의 향수를 느끼고 싶었다. 결국 서울 팬들의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쌍용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고명진도 친정팀 서울이 아닌 울산에 둥지를 틀었다. 이청용과 고명진은 울산의 주축 멤버로 활약하며 팀이 K리그1 선두를 달리는데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처럼 수원과 서울은 소극적 투자로 옛날의 영광을 송두리째 날리며 팬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서울과 수원은 지금의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 번 떠난 팬들의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예전의 영광에 파묻혀 살아서는 안 된다.

과거를 생각하려면 단 한 가지만 새겨야 한다. 과거 성적이 좋았을 때 팬들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었는가. 모기업의 근무 분위기가 얼마나 밝고 활기찼던가. 이런 긍정적인 요소만 생각하면 된다.

과거에는 서울과 수원이 한국프로축구를 이끌었다. 지금은 아니다. 변방으로 밀려났다. 이제는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가 이끌고 있다. 같은 현대가이지만 경기장에서는 불꽃 튀는 경쟁을 하고 있다. 순위도 1,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울산과 전북은 2020 K리그 우승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 두 구단의 성장은 구단의 과감한 투자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구단주의 축구사랑이 이뤄낸 합작품이다.

수원과 서울은 이제라도 울산과 전북의 투자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 과거에 두 구단이 그랬던 것처럼. 굳이 이런 말을 해야 할까. 수원과 서울 구단 관계자들이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

“프로스포츠는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난다.”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 넥스트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